Abaek

여유당 여의 한자 바꿔치기 여와 예 도덕경 원문의 예와 약용의 여 선택 이야기

 정약용의 호 ‘여유당(與猶堂)’에서 ‘유(猶)’는 노자 『도덕경』 15장 원문에 “猶兮若畏四隣”(유호여외사린)으로 분명하게 등장합니다. 하지만 ‘여(與)’는 도덕경 원문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실제 원문은 “豫兮若冬涉川, 猶兮若畏四隣”(예호여동섭천, 유호여외사린)으로, ‘豫(예)’가 ‘조심하다, 신중하다’는 뜻으로 쓰였습니다.

여기서 정약용은 자신의 호를 지을 때 ‘豫(예)’ 대신 ‘與(여)’를 썼습니다. 이에 대해 한문학계와 여러 해설에서는 다음과 같은 근거와 설명을 제시합니다.

  • 고대 한문에서 ‘豫’와 ‘與’는 상호 통용된 사례가 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실제로 주석자들은 고대로부터 ‘豫’와 ‘與’가 서로 통용되었다고 비평하며, 일부 문헌에서는 ‘豫’를 ‘與’로 바꿔 쓰기도 했다고 설명합니다. 이는 발음의 유사성과 의미적 확장 때문입니다.

  • 최식 교수(공주대 한문교육과) 등 전문가 해설에 따르면, 정약용은 ‘豫’를 ‘與’로 바꿔 사용했으며, 두 글자는 본래 같은 의미로, 경계하고 머뭇거리는 모습을 표현한다고 해석합니다. 즉, ‘여유(與猶)’는 ‘경계한 후에 움직이고, 의심하여 행하지 않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 문자학적 근거로, 일부 한자 해설서에서는 ‘豫’를 코끼리와 같은 신중하고 의심이 많은 동물로 해석하며, ‘與’ 역시 ‘豫’와 상고음에서 통한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 마왕퇴 백서 노자본 등 고대 문헌에서도 ‘豫’와 ‘與’의 통용 예가 있습니다.

  • 정약용 본인의 설명과 후대 해설(여유당기, 자찬묘지명 등)에서도 ‘여유당’의 당호가 도덕경 15장에서 유래했다고 밝히고 있으며, ‘與’를 ‘신중함’의 의미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정리하면,

  • 도덕경 원문에는 ‘豫(예)’가 등장하고, 정약용은 그 의미를 살려 ‘與(여)’로 바꿔 자신의 당호에 사용했습니다.

  • 이는 한자 통용, 발음·의미의 유사성, 상징적 의미 부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 따라서 ‘與(여)’는 도덕경 원문에 직접 나오지 않지만, 정약용이 의도적으로 바꿔 쓴 것임이 여러 문헌과 전문가 해설, 문자학적 근거에서 확인됩니다.